2008년 08월 01일
[롯데 전반기 정리] 이상한 놈, 롯데

Part 0, 흐름 II
몇달전 롯데에 관한 글을 쓰면서 야구는 흐름이라는 명제를 주장한적이 있다. 좋은 흐름을 탈줄 아는팀이 또 잘하는 팀이고, 종종 찾아오는 나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는 팀은 못하는 팀이라는 것이다. 이런 패턴은 1년 내내 별 뒤틀림 없이 계속되는데, 롯데는 참 이상한 팀이다. 두 흐름이 극단적으로 공존한다. 잘하는 경기는 정말 투-타 모든곳에 완벽하게 이기고, 못하는경기는 둘다 못하는것도 아닌, 투수진이 잘하면 타자가 침묵하고, 타자가 잘치면 불펜이 불지르는, 그야말로 답답하게 지는 경기들의 연속이였다.

[시즌 개막후 롯데의 승패를 흐름에 따라 나눠본 이미지. 붉은색은 상승세, 파란색은 하락세, 검은색은 중립을 의미한다. 역시 시즌초의 돌풍과 전반기 직전의 긴 슬럼프가 눈에 띈다.]
이러한 이길때는 화끈하게 이기고, 질때는 참 답답하게 경기하는 것을 보여주는 뚜렷한 예로 "기대승률"을 들수 있다. 이는 다른 변수 없이 단순히 득점-실점만으로 기대할수 있는 팀의 승률로써, 롯데는 마지막경기를 제외한 기대승률이 무려 .572로, 실제 승률인 .505보다 7푼가량 높다. 롯데만 제외하면 7개구단의 기대승률에 의거한 순위가 현재의 순위에 동일하는것을 봐서, 분명 신뢰가 가는 검증된 지표이다. 롯데, 역시 참 이상한 놈이다.

[전반기 최종전(7/31 경기)을 제외한 7개구단의 기대승률. 구하는 공식은 {팀 승률, 득점^1.81/(득점^1.81+실점^1.81).} 출처 statiz.co.kr]
이리됐든 저리됐든 롯데는 두산과의 3연전을 모두 잡으며 한달만에 처음으로 시리즈 스윕을 달성, 전반기를 기분좋게 마쳤다. 두세번의 큰 위기속에도 언제그랬냐는듯 일어나면 미칠듯한 상승세를 보여주는 롯데 덕분에, 고맙게도 남은 32경기에 부산팬들은 "가을에 야구하자"라는 꿈을 걸수 있게 됐다.
Part 1, 학점
이제와서 고백하건데 이 글은 롯데의 전반기를 결산하는 리뷰 글이다. 간략하게 여러분야를 통해 롯데의 장점과 강점을 알아본다.
선발진 A

(출처: statiz.co.kr)
확실한 에이스. 괄목상대하는 좌완영건. 불운의 세월들을 딛고 돌아온 송승준-이용훈. 거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2군에서 데려온 유망주까지. 롯데의 선발진은 그 어느 팀 부럽지 않을정도로 뛰어났다. 선발진 전체의 방어율은 3.50. 방어율뿐만 아니라 먹어주는것은 이닝이다. 손민한은 19번의 선발등판중 17번을 QS, 14번을 QS+로 막아냈고, 장원준의 4번의 완투기록은 2위그룹의 딱 두배나 많다. 최대한 길게 가져가려는 로이스터 감독의 성향상 그렇다고 폄하하더라도, 선발투수의 첫번째 미덕인 '이닝 이터'의 역할에서 만큼은 롯데 선발진에게는 A+를 줘도 아깝지 않다. 이탈한 매클레리가 약간 아쉬워 A0.

타선 B+
이대호와 가르시아는 그 어떤 타자들보다 강력하다. 조성환은 2003년의 타격감각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강민호는 8개구단 주전포수중에 가장 젊은나이에 실력을 인정받았다. 김주찬은 어느새 멀티히트의 달인이 되어버렸다. 박기혁과 정보명은 한때 부진한 3,4,5번을 대신해 위장 상위타선이라고 불리우기도 했다. 이렇듯 롯데의 타자들은 하나하나 재능이 뛰어나다. 단, 그 뛰어난 재능만큼 기복도 너무 심하다. 아, 정수근 얘기를 했던가? 불행중 다행으로 해담선생을 언급안하고 묻어가도 될정도로 이인구가 잘 메꿔주고 있는듯 하다.

[올시즌 롯데의 득접 분포도. 0-2점과 8점이 꽤나 많은것을 알수 있다. 참고로, 3-5점에서 절반 가까이는 3점이다.]
불펜 B-


임경완 한명만 놓고 봤을때 C학점 그 이하까지 줄수 있겠지만, 다른 구원진들의 성적까지 포함하면 그리 나쁘지많은 않다. 고무적인 측면부터 말하면 강영식의 재발견이다. 비록 짧은 3연전이긴 했지만 전반기의 피날레를 1승 1세이브로 완벽하게 장식했던것을 포함, 안정된 투구로 좌완 릴리프의 역할을 200% 해내고 있다. 최향남 역시 짧지만 롯데팬들에게 자신의 퇴근본능을 완벽하게 증명했고, 염종석, 나승현, 배장호 역시 압도적이진 않지만 적어도 4점차이상의 경기를 불지른 적은 없다. (보너스로 지구최강의 마무리 정지훈도 있었다.) 한화에게 준 블론 세이브 5개만 제외한다면, 눈감아 줄만 하다. 아니, 양호하다. 그 5개의 블론 모두가 극적일정도로 어이없고 화날정도여서 그렇지.
수비 C+

실책은 시즌초반부터 계속해서 최정상(?)의 자리를 유지했고, 가끔 보이지 않는 실수로 내준 안타도 꽤 있었다. 박기혁은 장원준이 등판하는 날만 되면 정신줄을 놓았고, 강민호는 시즌 중반부터 볼배합에 대한 수차례 비난도 받아왔다. 좋게봐줄래야 좋게 봐줄수 없는 이 분야에 유일한 빛은 가르시아의 빨랫줄 송구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휴식기동안 바짝 기본기를 다졌으면 한다.
Part II, 수훈선수
투수

기억나는 사람들은 기억나겠지만, 장원준은 롯데의 개막 5인 로테이션의 첫번째 탈락자가 되기 직전까지 놓여있었다. 혹시 제구가 하나도 안되는 장원준의 경기만 본 팬들이 있다면, 4개월 안에 그가 얼마나 대단한 투수로 탈바꿈했는지 설득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것이다. 하지만 장원준은 송승준과 함께 팀내 승리 1위, 이닝 2위, 완투는 KBO 전체 1위를 기록하며 손민한을 잇는 명실상부한 '투펀치'로 자리매김했다. 팀의 최고 에이스 손민한을 제치고 전반기 수훈투수로 꼽힌 이유는 롯데가 가장 부진하던 7월 한달간 팀의 10승중 4승을 장원준 혼자 챙겼기 때문이다. 그래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고? 7월 10일의 우리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보기를 추천한다. (사실 손민한과 공동 MVP를 줄려 했으나, 너무나 기대이상으로 잘해주는 장원준이 고마워 개인적인 애정으로 택했다. 오해없으시길)

[민지왔어요 뿌우 ^ㅅ^]
타자

올 시즌 규정타석에 들어선 선수 44명중 가르시아의 타율은 40위, 하위권중 하위권이다.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 가르시아를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영양시아" "삼점포 덕후"같은 별명들은 가르시아가 왜 타점 2위, 홈런 2위를 하며 사랑받고 있는지 보여준다. 매년 용병 수확이 실패할때마다 옛날의 호세가 그립다는 롯데팬, 올시즌에는 그런 소리 단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가르시아 타율의 비밀? 그는 주자가 없을때는 함부로 안타를 때리지 않는 대인배다.]
신인

롯데의 손광민이 누군지 모른다고? 손광민은 49경기에 나와 121타수 40안타를 기록, 3할 3푼 1리의 고타율을 자랑하다 불운으로 부상, 현재는 후반기를 기약하는 중이다. 롯데팬들이라면 손광민을 사랑할수 밖에 없는 이유는, 평범한 땅볼에도 미친듯이 뛰어가 미친듯이 1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허슬플레이, 대타 부재에 시달리던 롯데에서 대타로 나와도 그 몫을 톡톡히 해주는, 마치 '악바리' 박정태의 근성을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켜주기 때문이다. 후반기에 돌아올 손광민의 역할은 신인 그 이상이라고 믿고 있다. 끝으로 손광민이 어떻게 부상당했냐고? 평범한 2루땅볼에 평범한 아웃이 될것을 미친듯이 뛰어 한끗차이로 아웃당하고 설상가상 인대가 늘어나버렸다. 미련하다고 말해야 하나. 그러기엔 너무 사랑스럽다.
놀라움

한평생을 선발로 뛰던 풍운아 최향남이 롯데의 뒷문을 단단히 잠궜다. 그것도 신속하고 빠르게. '향운장' 이라는 별명이 왜 생겼는지는 말 안해줘도 다 안다. 5-6월 두달간 최향남이 거둔 세이브수는 6개. 그동안의 방어율은 0.83이였다. 후반기에 돌아올 향운장의 모습이 그대로만 유지된다면, 롯데는 마지막 문제인 불펜까지 단단해진다.
Part IV, 32게임
이번시즌만큼 전반기(前半期)라는 단어가 모순스러울수는 없을것만 같다. 94경기를 치루었고, 32경기가 남아있다. 어림잡아 얘기하면 시즌의 4분의 3을 찍은 것이다. half가 아니라 quarter가 남은 지금 까지, 롯데는 잘 버텼고 잘 싸워왔다. 그 어느 시즌보다 팬들이 더 열광하고 한경기 한경기에 열중하게 됐던, 시즌후의 결과가 어찌됐던 여름의 끝자락에서까지 오랜만에 4위를 차지한(양대리그로 나눠졌던 99,2000년을 생략한다면 무려 13년만의 쾌거이다) 거인군단. 팬들도 여기까지 열심히 달려왔다. 잠시 쉬어가며 북경에서 열심히 싸울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자.

P.S 모든 전적 및 자료는 statiz.co.kr 에서 퍼온것을 알려드리며, 개인성적에 전반기의 마지막 경기(7/31 대 두산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P.S 2 후반기 프리뷰는 후반기가 시작되기 1주일 전쯤 올릴 예정이니 그 글도 많은 사랑을.... 굽신
lifestory.
http://becker.egloos.com
# by | 2008/08/01 02:37 | season 1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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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제가 응원하는 선수가 MVP로 뽑혀 좋군요 =)
민지를 사사..좋아합니다.ㅜㅜ..롯데가을야구 홧팅!!
참, 링크추가합니다.(수줍)
아침에 메세지 확인했다.^^;;;
암튼 전반기 좋게 끝나서 다행~*
(나머지 이야기는 피쟐에서 이미 다 했음. ㅋㅋㅋ)
그 때 보고 원준선수가 정말 싫어졌거든요-_-;
근데 요즘은 완소모드입니다.
이렇게 빨리 자라줄 줄 누가 알았겠나요 ㅎㅎ
손광민 선수에 대한 평가에 정말 공감하고 갑니다.
호세 ........ 가 아니라..
악바리 탱크 박정태 옹...
그 모습이 비춰지는 선수 본게 정말 반가웠습니다
가을 야구도 중요하지만.. 보는 사람 위해서 목숨걸어 주는 선수 있어서 재미 있습니다. ㅋㅋ
이왕이면 가을 야구도 좀. 굽실 굽실